일곱 의식
The Seven Rites
“갈드룬의 장벽이 뚫렸고, 이제 적들이 신성한 땅을 짓밟는다. 세상의 황혼이 닥쳤다고 믿는 이들도 있으나, 나는 말한다. 우리의 말이 신실한 이들의 가슴에 실려 있는 한 우리는 남으리라. 다가올 죽음은 오직 신앙의 시험일 뿐이며, 오스테라스가 무너진다 해도 다른 곳에서 더 강하게 꽃피우리라. 우리는 신앙의 기둥과 명예로운 자들의 보루를 가르쳤다. 혼돈을 이길 질서, 무관심을 이길 신앙, 이단을 이길 징벌을. 우리 제국이 이 초석 위에 서 있는 한, 이미리스마저 우리의 위엄 앞에 몸서리치리라. 이것이 나의 말이다. 나아가 견뎌라.”
— 발카리스의 말씀
오스테라스의 몰락을 앞둔 시절, 트리움비레이트를 가장 독실하게 섬기던 이들 중 한 무리가 중대한 사명을 위해 선택되었다. 이 남녀는 오스터 왕좌의 파편을 가지고 떠나, 신들이 그들과 나누었던 완전한 세계의 꿈을 살려 두어야 했다. 왕좌의 온전한 힘은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 너무 컸지만, 그 조각 하나하나도 여전히 전체의 일부였다. 어떤 이들은 영생자 베스티지의 파편과 결속되어 오스터의 지혜로 깨우침을 얻었다. 그들은 새로운 존재가 되었다. 필멸자보다 위대하지만 신보다는 못한 존재. 그들이 바로 루시디였다. 처음에는 셋이었으며, 각자는 필멸의 이름을 버리고 정의, 신앙, 구원이라는 트리움비레이트의 미덕에서 따온 이름을 택했다. 투쟁의 시대에 부서진 왕좌의 교단이 대륙의 강대 세력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다른 이들도 루시디의 지위에 올랐다. 이제 교단을 다스리는 루시디는 모두 일곱이다.
새 루시디의 승천은 교단에 중대한 사건이다. 이들은 저마다 왕좌의 파편과 결속되어 있고, 오스터와 오스바운드 라이트의 힘이 그들을 통해 흘러 신성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모두가 교단의 귀감이 되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버렸기에, 그토록 오래전 오스테라스를 탈출한 이들이 오늘날 루시디라는 칭호를 지닌 이들과 같은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 어떤 이는 그들이 참으로 불멸한다고 말하고, 또 어떤 이는 수세기에 걸쳐 수많은 이가 정의나 신앙이라는 이름을 이어받았으리라 의심한다. 루시디는 좀처럼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나타날 때조차 최고급 천으로 온몸을 두르고 황금 가면 뒤에 얼굴을 감춘다. 그들의 얼굴을 보는 것은 신의 심판을 부르는 일이라는 소문이 있다.
함께 모여야 할 때 루시디는 성도 템프라스에 모이지만, 그들의 동선과 행적은 대체로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는다. 그래야만 한다. 루시디는 교단의 존속에 너무도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교단 신도들의 영혼에서 끌어내어 국가의 생존과 팽창을 가능하게 한 마법, 오스바운드 라이트는 오스터 왕좌의 파편과 루시디 자신들에게 닻을 내리고 있다. 이 진실을 아는 의식의 고위 구성원들은 루시디가 쓰러져 오스바운드 라이트의 힘이 통제 없이 풀려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생각하며 몸서리친다.
각 루시디는 자신의 의식을 이끈다. 의식은 성직 분파이면서 동시에 교단 정부의 한 부문이다. 의식들은 트리움비레이트가 내린 사명을 이루기 위해 함께 움직인다. 대륙을 빛의 시대로 이끌 제국을 다시 세우고, 셀레지아의 사람들에게서 배신한 영생자의 타락을 씻어 내며, 오스테라스 도시를 되찾아 말레딕션을 치유하고, 마침내 트리움비레이트의 귀환을 위해 세계를 준비하는 일이다.
루시디가 교단의 진정한 지도자라 해도, 다이나스의 일상적인 통치를 처리하는 이는 필멸의 대리인인 셉타들이다. 이들은 대륙 정치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들로, 그 명령 하나에 군대 전체가 행군한다. 루시디가 직접 골라 대개 평생 그 직을 맡긴다. 셉타들은 반년에 한 번 수도 아스타리스에 모여 국정을 논한다. 그 외에는 각자 권력의 거점이 되는 서로 다른 도시에서 자신의 의식을 다스린다. 각 셉타는 모든 사안에서 주인을 대신해 말하고 그 뜻을 실행할 권한을 지닌 의식의 강력한 구성원들을 여럿 대리인으로 뽑는다. 이들은 셉타가 갈 수 없는 곳에 공식 사절로 파견되며, 때로는 다이나스 너머까지 나아간다.
법의 의식:
모든 의식이 오스터 왕좌의 파편과 연결되어 힘을 얻지만, 세계의 심판자가 지닌 가치를 구현하는 것은 법의 의식이다. 법치가 이들의 영역이다. 이들은 사법 제도를 관리하고 의식들이 제정한 법률을 보존하며, 정의의 저울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역할을 맡는다. 참회자들이 기소하고 처벌을 집행하며, 발카리스 신도들이 변호와 위안을 맡는다면, 법은 판결을 내린다. 법의 사제들은 교단의 관료로서 자원을 조달해 필요한 곳에 배분하고, 의식과 다른 나라들 사이에 오간 일들을 기록한다. 법의 의식은 팽창보다 내부 통치에 더 골몰하므로, 그 병사들 또한 교단의 기존 제도를 지키는 데 집중한다. 그 권력의 중심은 수도 아스타리스에 있다.
발카리스의 의식:
이들은 신앙의 목소리라 불린 영생자가 사람들을 비추는 등불이 되도록 쓴 성전, 「발카리스의 말씀」의 수호자다. 그들은 교단의 유려한 언변을 지닌 전도사들로서 대륙을 누비며 사람들을 발카리스 신앙으로 개종시킨다. 적을 파괴하기보다 자기 편으로 돌리는 편이 낫다고 믿으며, 신 오스테라스의 건설과 원시 혈족 무리에서 영혼을 ‘구원’하는 일에 큰 역할을 했다. 교단의 학교는 발카리스 신도들이 관리하고, 아이들이 자라면 그들은 오스바운드 라이트를 다룰 자질이 있는지 끊임없이 살핀다. 신도들의 영혼을 트리움비레이트의 뜻에 묶어 둘 의식을 치르는 이들도 발카리스 신도들이다. 이들은 교단의 외교관이기도 하다. 친절한 말과 다가가기 쉬운 태도 덕분에 다른 의식의 형제들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곳에서도 환영받는다. 그 권력의 중심은 성도 템프라스다.
참회의 의식:
참회의 의식은 정화의 불꽃, 엑스피아트라의 종복들로 이루어진다. 이들은 신앙 없는 자들이 죄의 대가를 치르며, 그들이 흘린 피가 세상의 타락을 씻어 내기를 바란다. 교리를 거스른 약하고 자격 없는 교단 구성원을 벌하는 동시에 그들이 죄를 속죄할 기회를 얻도록, 처벌의 집행을 감독한다. 참회자들은 신앙의 적에게도 그 기법을 쓸 수 있으나, 그들이 다루는 이들 대부분은 트리움비레이트의 빛에서 벗어난 교단 구성원들이다. 교단에는 감옥이 없다. 적어도 남들이 알아볼 법한 모습의 감옥은 없다. 정화하는 고통과 씻어 내는 불길로 죄인의 육신을 순수하게 만들어, 그 영혼이 다시 의식을 섬기게 한다. 이들은 교단의 고문관이자 심문관이며, 그중 다수는 권력의 중심인 레발리스에서 새로운 목적을 찾았다.
명예의 의식:
첫 세 의식만큼이나 교단의 토대에 필수적인 명예의 의식 기사들은 교단의 군사 조직이다. 이들의 의무는 다이나스의 경계 너머로 나아가 대몰락 동안 잃었던 것을 되찾는 데 있다. 지금은 말레딕션에 주력하지만, 머지않아 대륙의 나머지 지역으로 눈을 돌리리라 예상하는 이가 많다. 명예의 의식은 또한 평민에게 기초 군사 훈련을 맡겨, 모든 교단 구성원이 전쟁의 부름에 응할 준비를 갖추게 한다. 명망 있는 모든 기사 가문은 프린켑트의 신분을 누리며, 구성원이 신분을 잘 지키고 교단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동안 다른 의식들로부터 특별한 특혜를 받는다. 이 가문들 가운데 일부는 세월을 거치며 총애를 잃고 농민의 신분으로 떨어졌다. 명예의 의식은 셉타가 아니라 차른의 요새 도시에서 온 대원수가 다스린다.
단조의 의식:
투쟁의 시대에 많은 불키르가 교단에 들어왔다. 산을 빚는 자이자 불키르의 창조주와 수호자인 갈드룬은 트리움비레이트의 굳건한 동맹이었고 그들과 많은 가치를 공유했다. 그러니 그의 자식들이 교단에 합류한 것은 당연했으며, 그중 하나는 루시디로 승천했다. 천 년 동안 단조의 의식 권력의 중심은 미드라실이었지만, 그곳이 함락된 뒤 의식은 위치교환의 탑 주위에 세운 역전된 요새인 시타델로 옮겨 갔다. 처음에는 불키르만 이 의식에 속했지만, 이제는 제작 기술에 소질을 보이는 신도라면 누구든 들어올 수 있다. 석공, 대장장이, 목공, 그 밖의 숙련 노동자들이 이에 속한다. 그들의 대열에는 교단의 건축가, 기술자, 공성 전문가도 있다. 단조의 의식은 교단 영토의 기반 시설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일을 맡는다. 또한 교단의 군사 요새를 세우고 그 성벽을 지킨다.
정결의 의식:
유산 시대가 막 시작될 무렵, 의식들은 말레딕션 탐사 노력을 새롭게 기울이려 준비하면서 적들이 쓰는 타락한 마법이 지닌 위험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마법을 다루지 못한 실패가 오스테라스의 몰락에도 틀림없이 한몫했을 것이다. 게다가 말레딕션에서 되찾은 모든 유물과 유산이 그 타락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배신자들 또한 트리움비레이트 못지않게 많은 유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의식들은 적 마법사, 주술사, 사령술사와 정면으로 맞서며 앞으로 올 왕국의 순수를 보장할 루시디를 자신들의 수에 더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정결의 의식이 태어났다. 그 권력의 중심은 성물고다. 이 고대 요새 수도원은 말레딕션에서 회수했거나 명예의 의식 기사들에게서 압수한 유물과 유산을 보호하고 수용하도록 설계된 구조물인 수많은 유물 보관고를 지킨다. 정결의 의식은 세상으로 나가 교단과 그 대리자들을 상대로 이단 마법을 휘두르는 자들, 스트리가를 사냥할 의무를 진다. 발카리스의 의식이 개종시키려 하고 참회의 의식이 불과 고통으로 죄를 정화하려 할지라도, 정결의 의식은 타락하지 않고 용서하지 않으며 멈추지 않는 전사들이다. 그들은 그 어떤 평화에도 응하지 않는다.
오파님의 의식:
유산 시대 84년, 말레딕션으로 향한 한 탐사대는 트리움비레이트가 적들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만든 전설 속 피조물, 오파님 하나를 발견했다. 오파님은 도시를 잿더미로 만들고 한 번에 유산 보유자 여럿을 쓰러뜨릴 수 있는 트리움비레이트의 궁극 병기라 전해진다. 인간, 불키르, 에리시르는 최초의 자손의 살에서 깎여 나왔지만, 오파님은 영생자 자신의 살로 빚어졌다. 교단은 큰 대가를 치르고 말레딕션에서 오파님 하나를 회수해, 그것을 중심으로 새 의식을 세웠다. 그들은 오파님을 오스바운드 라이트에 묶고 가장 독실한 신도들을 먹이로 내주었다. 때로 이 과정에서 오파님은 루시디를 제외하면 어느 필멸자보다 신성에 가까운 존재인 할로우드를 새로 토해 낸다. 오파님의 의식은 이 과정을 통해 언젠가 트리움비레이트의 귀환을 위한 완전한 그릇을 만들기를 바란다. 모든 할로우드는 그런 면에서 기술적으로 실패작이지만, 여전히 강대한 피조물이므로 교단의 대업을 진전시키도록 다른 의식에 배치된다. 이 의식은 신앙이 흔들리는 징후를 보이거나 이단 마법에 타락한 할로우드도 처분한다. 그 힘이 교단을 향하게 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