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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감시자의 임무―1부

A Spellwarden’s Duty –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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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감시자의 임무―1부

A Spellwarden’s Duty – Part 1

‘결국 이런 신세가 되었군. 무법천지에서 결사회의 법이나 집행하다니.’ 목적지에 다가가며 론드리엘은 생각했다. 처음에 이 탐색자는 스피어들에 죄를 지었다는 혐의로 퀸발라에서 위스트랄로 추방되는 일이 가벼운 처벌이라고 여겼다. 평의회는 주문감시자라는 직함마저 유지하도록 허락했고, 스피어 아켄자의 상관들은 해안 도시들에서 계속 업무를 수행하라고 명했다. 그 처벌의 무게를 제대로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다이나스에서 자랐고 열다섯 살에 사정에 떠밀려 결사회의 견습생이 된 론드리엘은 위스트랄을 방문할 일이 별로 없었다. 그나마 익숙한 곳은 정착지 중 가장 큰 게이트웨이뿐이었다. 그마저도 잠시 스쳐 지나간 정도였고, 도시의 가장 추악한 면모와는 대부분 동떨어져 지냈다. 지난 몇 달간 위스트랄 사람들이 운영하는 공장과 연구실을 조사하며, 론드리엘은 자신이 고발했던 부패가 실제로 얼마나 깊이 퍼져 있는지 알게 되었다. 대몰락 이전의 어린 시절 기억 하나가 자꾸만 떠올랐다. 오스테라스의 정원에서 아이들이 흔히 그러듯 돌 하나를 뒤집었다가, 밑에 숨어 있던 해충들을 보고 질겁했던 기억이었다. 적어도 그 해충들은 숨는 시늉이라도 했다.

오늘 론드리엘은 아레시페의 자동인형 조립 시설 앞에 서 있었다. 이런 곳에서는 마법을 거의 배우지 못했거나 전혀 배우지 않은 사람들이 리아스트룸을 다루어, 자신들이 조립한 구조체에 동력을 공급하고 시험했다. 마법의 깨우침을 얻지 못한 이들이 스피어에 필요한 육체노동을 수행하는 이런 시설은 위스트랄에 흔했다. 서류에 그 관계가 직접 드러나는 일은 드물어도 대부분 스피어나 마스터의 소유였다. 처음에는 노동자들도 리아스트룸의 위험을 아는지 궁금했다. 넥시 평의회는 그런 이야기를 입 밖에 내지 못하도록 했지만, 론드리엘은 진실을 밝히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물어보았다. 주문감시자는 많은 이들이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짚지 못하면서도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스피어의 마스터들에게 감히 반기를 드는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 두려워하는 것은 마스터들의 공격이 아니었다. 마스터들이 위스트랄의 사업을 접고 떠나면서 생계를 꾸릴 일자리까지 가져가 버리는 것이었다.

말레딕션 공식 삽화 — Wardens Sentinel Adj

론드리엘은 홀로 서 있었다. 이번 임무에 관한 정보는 상관들 말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산을 지닌 만큼 다른 주문감시자보다 행동의 자유가 컸다. 적어도 말레딕션 바깥에서는 그 힘만으로 대부분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지원 병력이 좀처럼 필요하지 않았다. 론드리엘은 건물 안에서 치르게 될 것이 분명한 싸움에 대비해 마음을 다잡았다. 창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싸움이었다. 오늘은 기지가 방패이자 칼이 되어야 했다. 건물에 다가가 주문감시자임을 밝히고 출입을 요구했다. 경비병들이 다른 이들에게 알리거나 사소한 위반 사항을 숨기려고 부산을 떠는 대신 그저 고개를 숙이고 길을 비키자, 오히려 놀랐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문감시자님.” 경비병 하나가 말했다.

그 순간 론드리엘은 첫 승부에서 이미 졌음을 깨달았다. 이들은 자신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 조사를 준비해 두었다. 정보가 어디서 샜는지 지금 추측해 봐야 소용없었다. 첩자일 수도 있고, 이 도시에 있는 아켄자 본부의 동료 중 하나일 수도 있었다. 같은 스피어 안에도 대가만 맞으면 명예와 의무를 저버릴 자들은 있었다. 론드리엘은 짜증을 감추려 애쓰며 시설 안으로 들어갔다.

둘러보니 예상했던 광경이었다. 사람들이 가능한 한 빽빽하게 붙어 여러 줄로 늘어서 있었고, 손은 사슬로 바닥에 고정된 건틀릿 안에 들어가 있었다. 죄수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착각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었다. 노동자들 앞 작업대에는 조립을 기다리는 구조체 백 기 분량의 정교한 금속 부품이 놓여 있었다. 마스터들이 쓰는 것과는 달리 크고 다루기 거북했지만, 생산비는 훨씬 쌌다. 노동자들은 건틀릿으로 리아스트룸 핵을 조작하고 기능을 시험했다. 가까이 있던 남자가 건틀릿을 사용해 핵에서 구조체의 한쪽 팔로 리아스트룸을 흘려보내는 모습이 보였다. 가느다란 구리관을 흐르던 리아스트룸이 막히자, 남자는 리아스트룸이 든 용기를 입술에 대고 빨아서 막힌 곳을 뚫으려 했다. 론드리엘은 몸서리쳤다. 리아스트룸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고, 남자는 간신히 관 끝을 제자리에 갖다 댔다. 노동자의 솜씨는 놀라웠다. 하지만 주문감시자는 저런 기술을 익히려면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 시설 책임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스터는 아니었다. 그러나 시설의 소유권 증서에는 그와 가족들의 이름 말고는 아무 이름도 없었다. 뒤로 매끈하게 넘긴 머리카락과 지나치게 많이 바른 향유 냄새, 족제비 같은 얼굴이 첫눈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론드리엘의 속을 뒤집은 것은 자신을 올려다보며 짓는 그의 미소였다.

“어서 오십시오, 론드리엘 님. 이 시설의 감독 라피오 스트라부스라고 합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다음 주 중에 방문하실 줄 알았는데, 보시다시피 지금도 준비는 충분합니다. 귀하와 존귀한 스피어의 일원들께서도 저희가 하는 일에 아무 문제가 없음을 아시게 될 겁니다. 저는 후원으로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 결사회 여러분께 언제나 믿음직하고 수익성 좋은 사업 동반자였으니까요. 그러니 형식적인 절차는 건너뛰고…….”

“나를 부를 때는 마스터 또는 주문감시자라는 정식 호칭을 쓰시오. 절차를 건너뛰는 일도 없을 거요.”

남자가 움찔했다. 작은 실수였을지라도 실수는 실수였다. 두 사람 모두 그 사실을 알았다.

“죄송합니다, 론드리엘 마스터님. 무례를 범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전임자분과는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했기에…….”

“당신도 잘 알겠지만 내 전임자는 이제 세상에 없소. 공식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어도, 그분이 세상을 떠난 경위에는 적잖이 수상한 점이 있지. 내가 그분의 서류를 넘겨받았는데 여러 불일치 사항을 발견했소. 그래서 온 거요.”

남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 작은 승리에 론드리엘의 결의는 더욱 단단해졌다. 대부분은 엘리에트가 사고로 죽었다고 생각했다. 아켄자는 비밀 수사가 방해 없이 진행되도록 그 거짓말을 유지했다. 진실을 아는 사람은 론드리엘과 두 명뿐이었다. 라피오가 이번 조사를 알면서도 전임 주문감시자의 죽음에 관한 더 큰 수사는 몰랐다면, 정보 유출 용의자 목록에서 두 이름을 지울 수 있었다.

감독이 정신을 추스르기도 전에 주문감시자가 말을 이었다. “자, 이 시설의 책임자라면 직접 안내해 주시오.” 부탁이 아니었다.

이제 감독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흘렀다. 그는 거듭 사과하며 노동자들이 줄지어 선 작업장으로 론드리엘을 이끌었다. 그가 제조 공정의 시시한 세부 사항을 떠드는 동안 론드리엘의 시선은 주변 사람들의 얼굴로 향했다. 리아스트룸 중독의 뚜렷한 징후가 보였다. 팔다리가 없거나 끔찍한 흉터를 입은 사람이 여럿이었다. 그런데도 작업대와 제복만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다. 론드리엘이 지나가면 사람들은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틀림없이 그렇게 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것이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됐을 텐데. 론드리엘도 한때 위스트랄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학대를 고발하려 했었다. 돌아온 답은 이들은 ‘결사회의 진정한 시민’이 아니므로 평의회 앞에서 어떤 권리도 갖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설령 시민이더라도 자신의 관할은 리아스트룸의 위험한 오용과 관련된 범죄에만 미친다는 말도 분명하게 들었다. 그 이상은 허용되지 않았다. 아직 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당장은 구할 수 있는 이를 구하고 그럴 수 없는 이를 위해 기도하기로 마음먹었다.

시설 조사는 삼십 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론드리엘은 거의 말하지 않았고 라피오는 지나치게 많이 떠들었다. 평소라면 성가셨겠지만, 지금은 찾는 것이 있어 감독에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짧은 안내가 끝날 무렵 론드리엘은 질문 하나 없이도 의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레시페의 아켄자 본부에 등록된 시설 도면을 보고 외워 두었는데, 몇몇 방의 형태와 치수가 달랐다. 군인처럼 정확한 보폭으로 작업장을 걸으며 머릿속으로 공간의 지도를 그렸다. 그 지도를 기억 속 도면과 겹쳐 보니 서로 맞지 않았다.

빠진 방이 하나 있었다.

말레딕션 공식 삽화 — Ark of Lamentation Adj scaled

라피오가 방문을 마무리하려 하자 론드리엘은 그를 지나쳐 갔다. 건물의 다른 동에 있는 방들로 이어지는 문 두 개 사이, 폭이 약 3피트인 공간 앞에 서서 벽을 응시했다.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잠시 침묵이 흘렀다. 돌아보니 노동자 몇 명이 겁에 질린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감독은 경악한 채 항의든 비난이든 쏟아낼 말을 찾으려 했으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론드리엘은 미소 지었다. 그들의 두려움이 비밀을 드러낸 것이다. 다시 두 문 사이를 향해 몸을 돌리고 유산인 비탄의 방주의 힘을 불러냈다. 손을 대고 밀어붙였다. 눈앞을 가로막은 주문이 무엇이든 사라지라고 명했다. 주문이 깨지자 벽이 있던 자리에는 세 번째 문이 나타났다. 론드리엘은 문을 밀어 열었다. 작은 정사각형 공간과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계단을 내려가며 론드리엘은 흥분했다. 드디어 찾았다! 이 공장은 작업량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리아스트룸을 신청하고 있었다. 엘리에트는 주문감시자치고 너무 많은 재산을 과시하다가, 제대로 위장하지도 못한 사고를 가장해 느닷없이 살해당했다. 매수당했던 걸까? 더 많은 뇌물을 요구했던 걸까? 이제는 상관없었다. 아래에서 찾아낼 정보로 그들에게서 답을 받아 내면 된다. 도대체 무슨 실험을 하기에 이렇게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숨기는 것일까? 계단 끝에 이르자 위에서 들리는 감독의 볼썽사나운 항의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방으로 이어지는 문을 연 론드리엘의 눈에 들어온 것은…….

“트리움비레이트시여!” 수년간 입에 올린 적 없던 말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악을 물리치는 기도처럼. 이날 론드리엘이 목격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진정한 악.

눈앞에는 위층과 비슷한 작업대가 늘어서 있었다. 다만 부품도, 탁자도, 그 앞에서 조립하는 노동자도 너무 작았다. 아이들이었다. 백 명, 어쩌면 그보다도 많았다.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가 열두 살쯤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워낙 병색이 짙은 아이들이 많아 나이를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아이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론드리엘을 보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다시 일로 돌아갔다. 탐색자도 넋을 잃었다. 그러다 아이들이 건틀릿도 없이 리아스트룸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서야 정신이 들었다. 주문감시자는 역겨움에 속이 뒤틀렸다. 이곳에서는 위험한 실험이 벌어지고 있지 않았다. 적어도 결사회의 법이 정의하는 위험한 실험은 아니었다. 이 공장에는 그저 구조체의 가장 정교한 부품을 다룰 세밀한 작업을 수행할 작은 손이 필요했을 뿐이다.

혐오가 분노로 변해 가는 가운데 론드리엘은 생각했다. 아무래도 오늘 창을 쓸 일이 있겠다고.

말레딕션 공식 삽화 — Londri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