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감시자의 임무―2부
A Spellwarden’s Duty – Part 2
“이 보고서를 가지고 나더러 뭘 하라는 건가?” 플라톤이 론드리엘에게 말했다. 아레시페의 수석 수호관은 이 지역 주문감시자들의 수장이자 그녀의 직속 상관이었다. 그는 탐색자에게 재판의 여파가 가라앉을 때까지 눈에 띄는 행동을 삼가라고 분명히 일러두었다. 그런데 지금, 탐색자는 아켄자 본부에 있는 그의 집무실에서 명령과 정반대로 행동한 일로 질책을 받고 있었다.
“정의를 실현해 주십시오.” 론드리엘이 짧게 답했다.
수석 수호관은 코웃음을 쳤다. 이제 그는 화가 치밀어 자제하려 애쓰면서도 말 한마디 한마디에 울분을 드러냈다. 론드리엘도 그를 탓할 수는 없었다. 불과 몇 시간 전, 그녀는 은밀히 진행했어야 할 조사를 온 세상이 다 보란 듯한 난투극으로 바꾸어 놓았다. 경비병들이 론드리엘이 자신의 의무라고 여기는 일을 가로막으려 하자, 다른 주문감시자들이 현장에 도착해 사태를 진정시키기도 전에 경비병들과 시설 모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론드리엘은 자신의 말에 대꾸하는 수석 수호관을 묵묵히 마주 보았다. “정의는 아켄자가 결사회에 져야 할 의무가 아니네, 론드리엘. 자네의 의무도 아니지. 대체 무슨 정의를 말하는 건가? 자네 행동을 정당화할 만한 법률 위반이 뭐가 있었단 말인가?” 그는 절망스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스트라부스 가문이 스피어들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고 주장할 수는 있었겠지. 물론 라피오가 자네 보고서의 그 생생한 표현대로”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두 팔이 산산이 부러지기 “전의 이야기지만 말이야. 설령 그랬다고 해도 그들의 범죄는 주문감시자인 우리 관할이 아니라는 걸 상기시켜 주겠네.”
이번에는 론드리엘이 저도 모르게 코웃음을 쳤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탐색자라 해도 지금 그녀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다. 자기 스피어 안에 적을 만들 여유는 전혀 없었다. 플라톤은 그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예상과 달리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지만, 목소리에는 인내심이 바닥났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이 리아스트룸을 사용해 결사회 시민이나 그 재산, 혹은 견습생들을 위험에 빠뜨렸나? 아니지. 부당하고 위험한 연구를 금지한 규정을 어겼나? 그것도 아니야. 그들의 행위가 역겹기는 했어도, 자네에게 그 시설에 주문의 불길을 퍼부을 권한을 줄 만한 불법은 아니었단 말일세!” 그가 쏘아붙였다. “유산 보유자라는 사실이 그럴 힘은 줄지 몰라도 권리까지 주지는 않아! 자네가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는지 아나? 그 시설의 후원자들이 우리 스피어에 배상을 받으러 오면 어쩔 텐가?”
“그러려면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그 아이들에 대한 책임부터 져야 할 겁니다.” 론드리엘이 답했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 아이들은 부모의 허락 아래 그곳에 있었고, 하나같이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었네. 지하 작업장을 우리 기록에서 숨긴 건, 그래, 인정하지. 불법이야. 하지만 그런 범죄의 처벌은 고작 벌금일세. 그 아이들은 결사회의 시민도 아니고, 견습생조차 아니니―”
“바로 그겁니다. 견습생이 아니었습니다.” 론드리엘이 차분히 말했다.
“대체 무슨 소리를―”
“견습 규정 제4조에 따르면,” 그녀가 그의 말을 자르고 이어갔다. “‘깨우침을 얻지 못한 자는 넥시 평의회가 인정하는 마스터의 명시적인 후원과 지도 없이는 리아스트룸의 비밀을 배우거나 이를 다루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같은 조항을 보완하는 후속 결의에는 이렇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리아스트룸을 마법 유물 제작의 구성 요소로 사용하거나, 견습 과정 밖에서 주문 시전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제4조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 다만 그러한 행위가 결사회 또는 그 목적에 이바지해야 하며, 여전히 마스터의 감독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여기서―”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인가, 론드리엘?” 플라톤이 분노로 눈을 부릅뜨며 말을 끊었다.
“아이들은 주문을 시전하고 있었습니다.”
“뭐라고?”
“아이들은 외부 장치 없이 리아스트룸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론드리엘이 말했다. “결사회 내규에 따르면 이는 조잡한 주문 시전 에 해당하지만, 어쨌든 주문 시전이지요. 따라서 견습 규정 제4조의 예외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어느 마스터의 정식 견습생도 아니었습니다. 결사회가 정한 합법적인 범위를 벗어나 리아스트룸을 다루었으니, 명백히 우리 관할에 속하는 결사회 법규를 위반한 겁니다.” 억지스러운 해석이기는 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사실이었다.
“법규를 위반한 건 그 아이들 이라는 건가, 론드리엘?” 이제 그의 목소리에는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묻어났다. “그 아이들을 체포하자는 건가? 그 죄를 물어 죽이기라도 하자는 건가?”
“시민이 아니므로 엄밀히 말해 범죄가 아니라 단순한 규정 위반입니다. 처분은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수석 수호관이 결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최저 처분인, 리아스트룸과 관련된 모든 업무에 10년간 종사하지 못하게 하고 견습생이 될 기회를 제한하는 조치를 건의합니다.”
플라톤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이마에 핏줄이 불거지고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주문감시자, 처음부터 이게 자네 계획이었나?”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습니다.”
론드리엘은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선례를 만들 수 있습니다. 평의회가 제가 오늘 목격한 일을 결코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으리라는 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익이 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면, 이런 관행도 사라질지 모릅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드니 아이들 손에 맞을 만큼 작은 건틀릿을 만들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렇게 어린아이를 견습생으로 받아들여 책임을 지려는 마스터도 없을 테고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일입니다.” 그녀는 그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한 채 놓지 않았다. “부탁드립니다.”
애를 쓴 끝에 수석 수호관은 눈에 띄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긴 한숨을 내쉰 뒤 집무실을 거닐던 그는 창가에 멈춰 서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퀸발라가 있는 쪽이었을 것이다. 시간이 길게 늘어졌다. 론드리엘은 감히 침묵을 깨지 못했다.
잠시 후 플라톤이 돌아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연민이 서려 있었다. 오래전 자신의 의지가 꺾였듯, 그녀 앞에 놓인 길도 그녀의 의지를 꺾으리라는 것을 아는 듯했다.
“아무리 애써도 돌아가는 수레바퀴를 멈출 수는 없네, 론드리엘.”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수레바퀴 자체를 부숴 버릴 수는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