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LEDICTION / 설정 이야기

셀레지아―말레딕션 너머 1

Selejia – Beyond the Malediction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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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지아―말레딕션 너머 1

Selejia – Beyond the Malediction 1

말레딕션은 셀레지아의 얼굴에 난 악몽 같은 상처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대륙에 사는 많은 이들에게는 그저 나쁜 꿈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셀레지아 사람 대부분은 벨로마보다 더 가까이 저주받은 땅에 다가갈 일이 없으며, 그러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놀랄 일은 아니다. 갈드룬의 장벽 안에 도사린다고 알려진 공포 말고도, 그 바깥 세상에는 경이롭고 흥미로운 곳이 훨씬 많으니 말이다. 여러 이유로 그곳에 닿기까지의 여정은 여전히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유산 시대가 절정에 접어드는 듯한 지금, 브라이트홀드에서 쿠이트라의 소굴에 이르기까지 여행자들은 대륙을 횡단할 수많은 이유를 찾아냈다.

상크토룸: 부서진 왕좌의 교단은 원칙적으로 죽은 이를 묻지 않고 불태운다. 장작더미 앞에서 올리는 기도는 영혼을 풀어 주어 오스바운드 라이트에 합류하게 한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다이나스에는 묘지가 없고, 죽은 이를 기리는 기념물만 있다. 그중 가장 큰 곳이 상크토룸이다. 이곳의 방대한 기록고에는 교단의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모든 이의 이름과 용맹한 행적이 기록되어 있다. 교단의 위대한 영웅들은 이곳에서 조각상과 부조, 그림으로 영원히 살아가며, 보는 이들에게 경외심과 영감을 불어넣는다. 많은 불키르도 마지막 순간이 가까워지면 이곳에 와서 석상들 사이에 합류하기를 택한다. 목가적인 아름다움이 깃든 이곳에서는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고, 단조의 의식에서 손꼽히는 장인들의 솜씨로 빚어진 옛 영웅들의 이야기에서 감화를 받을 수 있다.

말레딕션 공식 삽화 — Decree of Valcaris

약 백 년 전, 발카리스의 의식은 도시를 외부인에게 개방하자고 제안했다. 신앙 없는 이들도 교단의 지난 영광을 누리며 개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그들은 선별한 집단을 적극적으로 순례에 초청했고, 방문객을 맞아 기록고에 보존된 장대한 이야기들을 재현해 보여 주었다. 사실이든 상상력으로 부풀린 과장이든, 그 공연은 방문객들을 크게 기쁘게 했다. 소문은 곧 황금의 길 전역으로 퍼졌고, 제네핀과 벨로마, 게이트웨이, 퀸발라의 부유한 후원자들도 길을 나섰다. 이후 다른 곳에서도 같은 연극이 공연되었지만, 아름다운 상크토룸의 석상 정원에서 직접 공연을 보았다는 사실은 대륙의 부유층 사이에서 자부심과 지위의 상징이 되었다.

다른 의식들은 발카리스 신도들이 장담했던 상크토룸의 개종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구원받는 데는 관심도 없는 외부인들이 이 성스러운 곳을 더럽힌다고 우려하는 이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명예의 의식은 노골적으로 반대한다. 신앙 없는 자는 말할 것도 없고 외부인이 다이나스 깊숙이 들어오도록 허락하는 것 자체가 너무 큰 안보 위험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발카리스 신도들은 계획이 효과를 거두고 있으니 트리움비레이트의 권능을 좀 더 믿으라고 대답할 뿐이다. 그 증거로, 자신들이 이야기에 슬쩍 가미한 변경 사항들이 이후 외부인이 쓴 역사서에서 사실로 인용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낙월의 언덕: 원시 혈족은 좀처럼 영구적인 구조물을 지으려 하지 않으므로 팍소스의 명소 대부분은 자연 지형이다. 다만 자연재해에 가까운 사건들의 산물이라고 해야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낙월의 언덕이 바로 그런 곳이다. 오래전 영생자들의 전쟁 중에 검은 달 이아시의 파편들이 셀레지아에 충돌하면서 생긴, 황폐하고 비현실적인 풍경이다. 지금도 이아시의 파편 일부는 아그나르 둘레를 돌고 있다. 하지만 검은 달이 산산이 부서진 지 거의 이천 년이 흘렀기에, 한때 이 세계에 달이 두 개였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말레딕션 공식 삽화 — Cataclysmic Blast adj

낙월의 언덕에서는 동물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짐승들이 제 발로 이 지역에 들어오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깊이 파지 않아도 고운 검은 모래층이나 뒤틀린 돌이 나온다. 그러나 이 땅에서 가장 기이한 것은 지표를 뒤덮은 흑요석 같은 유리 퇴적물이다. 특히 해안 근처에서는 낮 동안 언덕 전체가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해가 뜨고 질 때면 언덕에 반사된 햇빛이 하늘에 이 세상 것 같지 않은 오로라를 드리운다. 다소 불안한 느낌을 주기는 해도 고요한 아름다움을 지닌 곳이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종종 기이한 환영에 시달리고 바람 속에서 속삭이는 목소리를 듣는다. 그중 일부는 유리 같은 지표면에서 반사되는 빛의 장난, 그저 신기루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주술사들은 다른 것을 믿는다. 영혼의 타크라를 따르려는 원시 혈족, 특히 열병노래 부족의 일원들은 낙월의 언덕을 성스러운 순례지로 여긴다. 이곳에서는 물질세계와 이미리스의 꿈 세계 사이의 경계가 얇아, 마주치는 환영이 삶과 죽음, 실재의 본질에 관해 많은 것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축복일지 재앙일지는 알 수 없지만. 부족들은 이 언덕에서 흑요석 유리를 캐내어 육신과 영혼 모두에 피를 흘리게 하는 무기를 만든다.

말레딕션 공식 삽화 — Black Fangs Adj

부족들의 불쾌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결사회는 리라보스에 전초기지를 세우고 연구용 표본을 언덕에서 채취하기 시작했다. 남아 있는 달을 직접 탐사할 방법이 없으니, 부서진 이아시의 잔해를 연구해서라도 우주의 비밀을 풀어 보려는 것이다. 한편 군단도 이 언덕에 기묘한 집착을 보인다. 그들은 재앙 같은 충돌 이후 검은 유리 속에 갇힌 수십만 망자의 영혼이 이곳의 신기루를 일으킨다고 믿는다. 혼령을 가두는 비밀을 밝히려는 욕심에 굶주린 듯 이 일대를 탐사한다.

드라브: 드라브의 가장 큰 명물은 단연 대투기장이다. 호러 제작자들은 이곳에서 자신들의 가장 소름 끼치는 창조물을 선보이고 전투에 투입해 시험한다. 벨리오스 가문의 대표들과 결사회의 마스터들, 벨로마 같은 주권 도시국가의 명망 있는 상인들이 이를 지켜본다. 명목상으로는 투사들의 전투 효율을 평가하러 온 것이다. 실제로는 포도주가 넘쳐흐르고 내기가 오가며, 구경꾼들은 피에 대한 갈증을 열 배로 채운다.

말레딕션 공식 삽화 — Champion of Drav Adjusted

전통적으로 호러들은 서로, 또는 다른 몰락자 피조물과 싸웠다. 하지만 군단이 대륙의 다른 세력들과 외교 관계를 맺은 뒤 수많은 도전자가 나섰고 새로운 종목들도 생겨났다. 주권 도시국가의 용병단은 연속 대전에서 운을 시험한다. 결사회 마법사들은 주문결속체나 구조체를 데려와 현장 시험을 한다. 잿뿌리 부족의 광전사들조차 돌의 시련으로 투기장 전투를 택한다. 소규모 경기장에서는 날마다 작은 싸움이 벌어지고, 대투기장에서는 매달 대회를 연다. 해마다 마지막에는 셀레지아 곳곳의 도전자들을 불러 모으는 명망 높은 뼈의 대회가 열린다. 뼈의 대회 우승 상금에는 총 판돈의 일정 몫과 말레딕션에서 가져온 유물이 포함된다. 그만한 보상이라면 교단의 기사들마저 찾아와 승부를 걸어 본다.

대투기장 말고도 드라브에는 누릴 것이 많다. 그곳에서는 어떤 굶주림도 달랠 수 있고, 어떤 욕망도 채울 수 있으며, 아무리 타락한 꿈이라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드라브의 욕망의 집들은 대투기장의 명성에 못지않은 악명을 누리지만, 그 행실은 훨씬 더 은밀하다. 이 ‘사교 클럽’의 문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누가 그 회원인지에 관한 소문은 무성해도 확인된 것은 없다.

영원한 밤의 정원: 이 정원의 이야기는 결사회의 다른 수많은 이야기처럼 실험이 잘못되면서 시작된다. 스피어 키메르와 스피어 시빌 사이의 법적 분쟁이 아직도 진행 중이기에 정확히 어디서부터 틀어졌는지는 말하기 어렵다. 다만 모든 일은 결사회가 파편 제도로 눈을 돌리면서 시작되었다. 요동치는 바다 건너편에 있는 이 섬들은 대몰락의 파국으로 반도 하나가 부서지면서 생겨났고, 그 뒤로 아무도 차지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고립된 위치 덕분에 퀸발라의 중심 제도에서는 너무 위험해서 할 수 없는 대규모 실험을 벌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스피어 키메르는 가장 남쪽의 파편섬에서 리아스트룸으로 강화한 작물을 시험했다. 그동안 스피어 시빌은 별빛 전당의 마법을 역으로 분석한 뒤 가장 북쪽 섬에 새 천문대를 짓고 있었다. 문제는 어느 쪽도 상대에게 실험의 성격을 알리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두 실험이 서로 영향을 미치자 재앙이 뒤따랐다.

말레딕션 공식 삽화 — Starcast Halls Adj

시빌의 마법사들이 천문대를 가동하자 계획대로 일대에 밤의 장막이 드리웠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주문의 반응이 통제를 벗어나 모든 섬을 덮을 때까지 커지고, 하늘 한 구역을 영원한 밤으로 만들어 버린 일이었다. 그 뒤 몇 주 동안 이 지역의 모든 식물이 죽었다. 키메르가 들여왔거나 그들의 실험에 오염된 식물만은 예외였다. 오히려 그것들은 번성했고 빠르게 진화했으며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전역으로 퍼졌다. 뒤이어 주문을 유지하는 천문대의 기계들까지 돌연변이 식물에 뒤덮였다. 피해를 되돌리려는 시도조차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현실성이 없어졌다. 사태가 급속도로 걷잡을 수 없게 되자 넥시 평의회가 개입했다. 스피어 아켄자를 보내 돌연변이 야생 생물과 영원한 밤이 더 퍼지지 않도록 결계를 세우게 했다. 언제나 기회를 놓치지 않는 평의회는 이후 이 환경 재앙을 결사회의 위력과 리아스트룸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사례로 포장했다.

변이한 야생 숲 안에 결사회는 식물원을 조성했다. 견습생들은 이곳에 와서 리아스트룸이 살아 있는 물질에 미치는 영향을 배울 수 있다. 천문대들도 작동에 다소 위험이 따르기는 하지만 여전히 기능한다. 마법사들은 영원한 밤을 거둘 수는 없어도, 장막을 바꾸어 천 년 전의 하늘이나 천 년 뒤의 하늘을 보여 줄 수 있다. 그 변화는 숨 막히도록 아름다워, 정원과 더불어 파편 제도를 휴식을 원하는 결사회 마법사들이 가장 즐겨 찾는 명소로 만들었다. 최근에는 대륙의 다른 지역에 사는 부유한 후원자들을 설득해, 상당한 요금을 내고 영원한 밤의 정원을 방문하게 하는 데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 파편 제도의 더 야생적인 지역을 둘러보는 안내 관광 요금은 별도다.